은하수 끌어다 이 마음 씻어내고 싶네 - 백호 윤휴
은하수 끌어다 이 마음 씻어내고 싶네 - 백호 윤휴
<自警>
無端萬累苦侵尋 (무단만루고침심) 무단히 만 가지 얽매임 괴롭게 파고드니
辱挽天河洗此心 (욕만천하세차심) 은하수 끌어다 이 마음 씻어내고 싶네.
有過不貳顔氏子 (유과불이안씨자) 허물을 되풀이 않는 인자가 있었으니
高風千裁起人欽 (고풍천재기인흠) 고아한 그 품격 천년토록 흠모하네.
白湖 尹鑴 (1617~1680)
- 조선
작품해설
- 이 시는 윤휴가 병자호란 이후 벼슬에 나갈 뜻을 버리고 오직 독서와 저술에만
전념하였던 시기인 25세 때(1641) 자신을 경계하는 뜻을 읊은 시이다.
- 병자호란이 끝난 직휴인 21세 때(1637) 윤휴는 보은의 복천사에서 그보다 10세
위인 송시열과 만나 학문을 토론했던 일이 있었다. 그후 송실열은 친우 송준길
에게 보낸 편지에서 "윤휴를 만나 3일 동안 학문을 논했는데, 우리들이 30년
동안 독서한 것은 참으로 가소로운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만큼 윤휴는 일찍
부터 학문에 깊은 조예와 예리한 통찰력을 드러내었던 인물임을 짐작할 수 있다.
- 첫째 구절에서는 학문에 전념하고 있는 청년학자로서 윤휴가 가장 경계하였던
것은 마음속을 파고드는 온갖 얽매임이라 밝히고 있다.
- 먼저 이 얽매임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밝혀볼 필요가 있다. 물은 그 본성이야
고요한 것이지만 바람이 불면 천겹 만겹의 물결이 일어나 쉬지 않고 동요하는
것처럼, 인간의 마음도 그 본성이야 고요한 것이겠지만 감정과 욕망이 일어나
면서 끝없이 근심과 상념이 일어나 물결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둘째 구절에서 그는 '얽매임'을 제거하기 위해 하늘에 있는 한량없는 은하수를
끌어다 깨끗이 씻어내고 싶다고 하였다. 그 자신 학문과 수양의 과정에서 싸워야
했던 가장 킅 적은 바로 연고도 단서도 없는 끝없이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이
'얽매임'이었음을 절실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 '얽매임'을 제거하고 성인을 이루기 위한 길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인가? 주렴계의 말을 끌어들이면, 성인을 배워서 이루는 요렁은
'하나된'이라 하였도, 그 '하나된'이란 '욕심이 없음'이라 하였다. 그것은 '얽매임'
이 욕심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욕심을 업애는 것이 바로 '얽매임'을 씻어낼
뿐만 아니라 원천적으로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임을 말해준다.
- 셋째 구절과 넷째 구절은 학문과 수양에서 '얽매임'을 씻어내는 것과 더불어 또
하나의 방법으로서 '허물을 되풀이 하지 않는 것'을 제시하였다. 윤휴는 안회의
'허물을 되풀이 하지 않는 것'을 자신이 실천해가야 할 기준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 허물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현실에서 실천 강령이라 한다면 욕심으로
생기는 '얽매임'을 씻어내고자 하는 것이 그의 학문과 수양의 근본방법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詩境 : 漢詩와 道」, 금장태, 한국 한시의 세계
박문사,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