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울려도 울리지 않을 수 있을까 - 남명 조식
하늘이 울려도 울리지 않을 수 있을까 - 남명 조식
<題德山溪亭株, 제덕산계정주>
請看千石鍾 (청간천석종) 천 섬들이 큰 종을 보게나.
非大扣無聲 (비대구무성)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 나지 않네.
爭似頭流山 (쟁사두류산) 어찌하면 두류산처럼
天鳴猶不鳴 (천명유불명) 하늘이 울려도 울리지 않을 수 있을까.
南冥 曺植 (1501~1572)
- 조선
- 61세 때 지리산 천황봉이 바라보이는 산청 땅에 산천재(山天齋)를 짓고 제자들을 모아
강학을 하였다. 이 시는 그가 산천재의 기둥에 주련으로 써 붙였던 시이다.
- 자신의 중심으로 확고하게 지조를 지켰던 인물. 명종 초기 문정황후 윤씨의 비호아래
윤원형 일당이 권력을 농단할 때 그에게 단성 현감벼슬이 내려졌다. 그러나 벼슬을
거절하는 상소를 올리면서 당시 지권세력의 타락상을 지적하여 "궁궐 안의 신하는
후원하는 세력을 심기 위해 용이 못에서 끌어들이는 듯하고, 궁궐 밖의 신하는 백성
벗겨먹기를 이리가 들팡네서 날뛰듯합니다"라고 비판하였다.
작품해설
- 하늘이 울려도 울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하늘과 맞서겠다는 것이 아니다. 이미
하늘의 이치를 내 안에 지니고 있으니, 하늘의 변화에 따라 동요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천섬들이 거대한 종의 무게를 넘어서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은
웅장한 상의 무게를 말하고 있지만, 그 무게를 지닌 존재는 6척도 안되는 한 사람의
선비이다. - 이 선비는 가슴속에 '천리'(天理)로서 '의리'를 간직하고 있으니, 그
무게가 지리산처럼 무거울 수 있다는 것이다.
「詩境 : 漢詩와 道」, 금장태, 한국 한시의 세계
박문사,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