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그대에게 묻노라 처음 어디서 왔는가 - 화담 서경덕

花雲(화운) 2018. 2. 12. 15:08


그대에게 묻노라 처음 어디서 왔는가 - 화담 서경덕

<有物>



有物來來不盡來 (유물래래부진래)   만물은 오고 또 와도 다 오지 못해

來纔盡處又從來 (애재진처우종래)   다 왔나 싶으면 또 따라 오네.

來來本自來無始 (래래본자래무시)   오고 또 옴은 본래 시작없는 데서 오니

爲問君初何所來 (위문군초하소래)   그대에게 묻노라 처음 어디서 왔는가.


花潭 徐敬德 (1489~1546)

- 조선


작품해설

- 이 시는 16세기 전반기 조선의 성리학자로서 기철학을 대표하는 서경덕이 사물을 읊은

   「유물 有物」이라는 시 26首 가운데 첫째 수이다.

- 둘째 수는 '온다'(來)는 말 대신에 '돌아간다'(歸)는 말로 바꾸어 놓았을 뿐 똑같은 내용

   으로 "만물은 돌아가고 또 돌아가도 다 돌아가지 못함"을 읊고 있다. 오는 것을 분명히

   알면 가는 것도 분명히 알 수 있으며, 삶(生)의 의미를 확실히 알면 죽음(死)의 의미도

   확실히 알 수 있음을 말해 준다.

- 성리학에서는 만물이 생성하고 소멸되는 현상세계를 해명하면서 '음'과 '양'의 두 기운이

   활동함과 고요함의 작용으로 이루어 지고 있다고 본다. 여기서 성리학의 기본적 입장은

   '음'과 '양'이란 시작이 없고, 활동함과 고요함이란 단초가 없다고 확인하고 있다.

- 곧 이 세계는 무한히 순환하고 반복되는 연속된 세계로서 시작과 끝을 말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성리학의 관점은 원운동을 하는 순환적 세계이니, 일정한 시기에 창조되어

   시작이 있고 일정한 시기에 종말이 일어나 끝이 있다는 기독교의 직선적 세계관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는 직선적 세계관은 사냥감을 쫓고 있는 사냥꾼처럼 매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의지적 세계관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시작도 업ㅅ고 끝도 없이

   영구히 반복하고 있다는 순환적 세계관은 땅이나 파고 씨나 뿌리며 결실을 기다리는

   농사꾼처럼 내우 한가롭고 여유로운 자연적 세계관이라 할 수 있다.

- 어떻든 서경덕이 말하고자 하는 현상세계는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순환적 세곌관에서

   보는 세계이니,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지만 한 번 되풀이 하여 같이 반추해보자는 뜻이

   리라 짐작된다.

- 이렇게 오고 또 오기를 영구히 반복하고 있는 사실에 대한 경험, 물론 영구함을 유한한

   인간이 경험할 수야 없지만, 경험과 유추를 다 동원해 보아도 오지 않는 때가 없으니

  영구히 반복되는 것을 경험했다고 치면, 이런 경험은 바로 시작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다는 것이다.

- 어디 끝나는 곳이 있어야 시작되는 곳이 있을 터인데, 운주 위를 아무리 달려도 시작

   하는 점이 없으니, 시작이 없다는 믿음을 선언한다. 그래서 자신만만하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묻는다.

  "너는 처음 어디서 왔느냐?"



「詩境 : 漢詩와 道」, 금장태, 한국 한시의 세계

 박문사,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