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낚아서 무슨 이익 있는가 - 백운 이규보
이름 낚아서 무슨 이익 있는가 - 백운 이규보
<釣名諷,조명풍>
釣魚利其肉 (조어이기육) 물고기 낚으면 살코기 이익 있지만
釣命何所利 (조명하소리) 이름 낚아서 무슨 이익 있는가.
名乃實之賓 (이름이란 실상의 손님이거니
有主賓自至 (주인 있으면 손님은 스스로 오네.
白雲 李奎報 (1168~1241)
- 고려
작품해설
- 이 시는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시인 이규보가 명성을 낚으려는 것에 대해 풍자하는
시 「조명풍, 釣名諷」20행 가운데 첫머리 4행을 인용한 것이다.
- 재물과 지위는 누릴 처지가 못 되어도 명성을 누리려고 낚시질을 하는 경우가 흔히
있는 것이사실이다.
- 그런데 왜 명성은 낚시질하여 얻는다고 하는가? 재물이나 지위야 남이 주려고 하지
않더라도 내가 노력과 재주를 다하여 거뒤들일 수 있다. 그런데 명성은 남이 주지
않으면 얻을 길이 없다는 점에서 특징적인 것이다.
- 명성을 얻으려면 남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많은 재물을
가졌지만 자기만을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도 베풀 줄 안다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 자신의 속셈을 감추고 남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가장하는 것은 마치 낚시꾼이
물고기를 잡으려는 의도를 감추고 낚시에 미끼를 끼워 던져주는 모습과 너무
흡사하다. 그래서 "명성(이름)을 낚는다"라고 말한다.
- 첫재 구절과 둘째 구절은 물고기를 낚는 것과 명성을 낚는 것의 치이를 밝히
려고 한다. 사실 명성을 얻는다는 것이 어떤 물질적 이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칭송과 좋은 평판을 받아 자신의 마음에 기쁨을 얻는 것이니,
정신적 만족감을 얻는 것이요 물질적 만족감을 얻는 것과는 다르다.
- 셋쩨 구절과 넷째 구절은 명성과 실상을 대조시켜 그사이에 바람직한 관계를
이루는 방법을 제시한다.
- 곧 명성은 손님이요, 실상은 주인이라는것이다. 실상은 자신의 실지 상태를
말하는 것이니, 자신에게 실지의 덕행이 있고 실지의 공적이 있고 실지의
재능이 있다면, 명성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임을 강조하는 말이다.
- 자신에게 진실로 덕성이 갖추어져 있고 이루어놓은 공적이 있다면 명성은
손님이 주인을 찾아오듯이 제 발로 찾아들겠지만 덕행도 공적도 없으면
잘못알고 찾아왔던 손님도 발길을 돌려 다시 오려하지 않을 것임은 당연하다.
- 여기서 이구보는 실상이 없는 헛된 명성이란 자신에게 허물이 될 뿐임을
경계한다. 한마디로 군자가 살아가는 태도는 오직 자신의 인격과 덧행을
닦고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일에 힘쓸 뿐이요, 오진 소인만이 실상도 없이
명성을 낚시질하려드는 것임을 잘 나태내고 있다.
「詩境 : 漢詩와 道」, 금장태, 한국 한시의 세계
박문사,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