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또 솔거문고 있어 악보 없는 곡조를 타노니 - 성재 최충

花雲(화운) 2018. 2. 9. 19:49


또 솔거문고 있어 악보 없는 곡조를 타노니 -  성재 최충

<節句>



滿庭月色無煙燭 (만정월색무연촉)   뜰에 가득한 달빛은 연기 없는 촛불이요.

入座山光不速賓 (입좌산광불속빈)   자리에 드는 산빛은 청하지 않은 손님일세.

更有松絃彈譜外 (갱유송현탄보외)   또 솔거문고 있어 악보 없는 곡조를 타노니

只堪珍重未傳人 (지감진중미전인)   보배로 간직하고 남들에게 전하지 말아야지.


惺齋 崔沖(984~1068)

- 고려

- 고려 문종 때 문하시중(門下侍中)의 높은 벼슬을 지내고 벼슬에서 물러난 다음에

   사학(私學)을열어 학풍을 크게 일으키니 그의 문하인 문헌공도를 비롯하여 12공도의

   사학이 융성하게 일어났다.

- 당시 사람들은 그읳ㄱ덕을 높여서 '해동공자(海東孔子)'라 일컫기도 하였다.


작품해설

- 이 시는 한 사람의 학자로서 최충이 전원생활에서 누리는 정갈하면서도 도도한 흥취를

   담담하게 서술하였다.

- 첫째 구절에서는 하늘이 맑고 달이 밝은 밤의 풍광을 보여준다. 책 속에서 만나던

   성현의 말씀과 책장을 덮고 창밖에 펼쳐진 달밝은 밤의 풍광은 저절로 대조사 된다.

- 말씀의 세계와 자연의 세계가 어쩌면 판연히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또 서로 통하는 것

   같기도 하다.

- 둘째 구절에서는 멀리 달빛아래 파르스름하게 피어오르는 산빛이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을 일으켜 준다. 마치 청하지도 않았지만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 듯하다. 낮에는

   저만큼 멀리 바라보기만 했던 산인데, 밤이 되니 거리감이 없어져 방문 앞에 다가온

   것 같고, 방안까지 들어온 것 같이 가깝게 느껴진다.

- 이렇게 반가운 벗들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찾아와 한 자리에 모였으니 그만하면

   저절로 흥이 일어나 가슴이 뛰지 않으랴.

- 셋째 구절에서는 앞에 모인 달빛과 산빛의 시각적 빛에 더하여 솔바람 소리의 청각적

   소리까지 받아들이고 있다.

- '솔거문고'는 솔바람 소리가 거문고를 뜯는 음악소리로 들린다는 말이다. 원나라 오고

   (吳皐)는 '맑은 바람이 나를 위해 솔거문고를 연주해주네'라고 읊은 시의 구절이 있다.

    가을 밤에 달은 밝고 달밤의 산빛도 고운데 눈만 황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귀도

   황홀하게 해주는 솔바람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겠는가?

- 솔바람 소리에서 듣는, 악보에 없는 음악의 신묘한 세계를 즐기는 것, 그것은 바로

   인간의 사유세계를 넘어선 근원의 세계를 경험하는 '도'의 깨우침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 그는  이 솔바람의 악보에 없는 악곡 악보를 초월한 악곡을 자신만이 깨우친 자득한

   세계로 홀로 간직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마지막 구절에서는 보배처럼 자신의 가슴

   속에 깊이 잘 간직하고 남들에게 알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 정말 자기만 아는

   신묘한 '도'를 발견하였다면, 이 '도'를 자기만 즐기고 남들에게 알리지 않으려 할

   것인가? 오히려 역설적으로 이 '도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하여 이렇게

   남들에게 전하지 않겠다고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詩境 : 漢詩와 道」, 금장태, 한국 한시의 세계

 박문사,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