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 아래서 동자에게 물으니 - 가도
솔 아래서 동자에게 물으니 - 가도
<訪道者不遇>
松下問童子 (소하문동자) 솔 아래서 동자에게 물으니
言師埰藥去 (언사채약거) 스승은 약초 캐러 떠나셨다고
只在此山中 (지내차산중) 분명 이 산 곳에 계실 터이나
雲深不知處 (운심부지처) 구름 깊어 계신 곳을 알 수 없다 하네.
賈島 (779~843)
- 당
작품해설
- 깊은 산 속에서 동자 한 명 거느리고 '도'를 닦는 도사가 한 분 계셨나 보다. 멀리 이
산 속으로 일부러 도사를 찾아온 까닭이 있을 것이다.
-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문제 속을 헤쳐가는 것인데, 혼자서 헤쳐나가기 어려울 때가
많다. 결국 자신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지혜로운 사람의 조언과
지도를 받으면 어려운 고비를 훨씬 수울하게 넘길 수 있다.
- 깊은 산 속으로 도사를 찾아가는 의미는 더 근원적 문제에 부딪치고 더 신각하기 때문
일 수 있다. 그런데 이 깊은 산 속까지 찬아왔는데 도사는 보이지 않고 동자만 오두막
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우리가 문제에 부딪쳐서 해답을 찾아다니다 보면 그 해답은 쉽게 보이지 않고, 해답
의 방향을 가리켜주는 손가락만 발견하는 수가 많이 있다. 스승을 만나러 왔지만
동자만 만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 스승은 약초를 캐러 산 속으로 들어갔다고 동자가 가리켜 준다. 그 가리키는 방향을
보면 저 위에 '산'이 있고, 그 속에 '약초'가 있고, 그 앞에 '스승인 도사'가 있는 그림이
보인다.
- 도사는 약초와 함깨 있는 존재이며 약초를 캐어서 세상에 나누어준다. 그렇다면 '산'과
'도사' 사이는 '약초'로 연결되어 있고 '도사'와 '세상 사람들' 사이도 '약초'로 이어져
있음을 말 수 있다.
- '약초'는 '도사'를 매개로 '산'에서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져 마치 하늘이 지닌 이지,
도리가 성인을 매개로 세상 사람들에게 제시되는 것과 같은 구조이니 '약초'는 진리,
도를 상징하는 말임을 엿볼 수 있다.
- 동자는 산을 가리켜주지만 '구름 깊어 계신 곳 알 수 없다'고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도'나 '신'의 존재는 강조하면서 동시에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존재라는 상반된
양면석 성격으로 제시한다.
- 분명히 저기에 있지만, '구름이 깊어 어디 있는지 않 수 없는' 상황, 그것이 바로 궁극적
실재로서 '도'의 모습이요, '신'의 모숩이라 할 수 있다.
- '도'를 이해하는 길은 이처럼 감각적 경험의 대상이기를 거부함으로써, 사람으로 하여금
밖으로 향하여 찾아 헤매던 시선을 마음 속을 향해 안으로 되돌아오게 한다.
「詩境 : 漢詩와 道」, 금장태, 중국 한시의 세계
박문사,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