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란 산,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 유종원
산이란 산,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 유종원
<江雪>
天山鳥非絶 (천산조비절) 산이란 산,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萬逕人蹤滅 (만경인종멸) 길이란 길, 사람 흔적도 없구나.
孤舟蓑笠翁 (고주사립옹) 외로운 배에 도롱이 쓴 늙은이
獨釣寒江雪 (독조한강설) 눈 내리는 강에서 홀로 낚시하네.
柳宗元 (773~819)
- 당
작품해설
- 정말 한없이 쓸쓸하면서도 정갈하기 그지없는 '눈 내리는 강'의 한 장면을 그려내었다.
- 첫째 구절과 둘째 구절은 이 그림의 배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의 전면에 산새도
사람도 없어 한없이 고요하고 티끌 하나 없이 하얗게 눈으로만 뒤덮힌 산천이 보일
뿐이다. 인간 세상에 살면서 이렇게 절대의 정적과 절대의 순수함을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 셋째 구절에서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한 사람밖에 타기 어려운 작은 고깃배 하나가
외롭게 강 위에 떠 있고, 그 배에는 도롱이를 쓴 늙인이가 한 사람 앉아 있다. 차가운
겨울 강 위에 떠 있는 작은 배 하나와 도롱이 쓰고 앉은 늙은이 하나가 이 그림에서
움직일 수 있는 존재의 전부이다.
- 넷째 구절에서 주인공의 움직임과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 겨울 눈 내리는 차가운
강에 홀로 나와 '낚시'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눈 내리는 추운 겨울 인적
없는 강에 외로운 배를 띄워놓은 장면은 도사가 자신의 정신 속에서 '도'를 응결
시키는 집중의 자리로 보인다.
그렇다면 낚싯대 끝에서 일어나고 있는 팽팽한 긴장감이 '도'를 찾아 끌어내려는
수도자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詩境 : 漢詩와 道」, 금장태, 중국 한시의 세계
박문사,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