八月夜夢見吳翼承 - 정온
八月夜夢見吳翼承 (팔월야경견오익승) - 정온
8월 어느 날 밤 꿈에 오익승을 보고, 『동계집, 桐溪集』권 1
君逝三霜矣 (군서삼상의) 자네 세상 떠난 지 삼 년
今宵夢見之 (군소몽견지) 오늘 밤 꿈에 자네를 봤어.
問云從底處 (문운종저처) "어디서 왔는가?" 물었더니
答日爲相思 (답일위상사) "자네 생각이 났어" 하더라고.
髣髴平生意 (방불평생의) 생각이 평소와 비슷했고
分明昔日姿 (분명석일자) 모습도 옛날처럼 분명했지.
覺來樑月白 (각래량월백) 잠 깨어 보니 들보위에 달은 밝은데
涕淚在鬚頤 (체루재수이) 눈물은 온 뺨을 적시네.
鄭蘊 (1569~1641)
- 서자로서 왕이 되었던 光海君에게 宣祖의 적통인 永昌大君과 그의 어머니인 仁穆大妃는 자
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들이었다. 결국 광해군은 영창대군을 죽였고, 인목대비를 폐위
시켰다. 이런 엄혹한 상황에서 임금인 광해군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든 사람이 있었다.
- 동계(桐溪) 정온은 46세 되던 해(1614( 영창대군을 죽인 강화부사 정항(鄭抗)을 죽여야
한다고 했으며, 인목대비릐 폐위를 주장한 사람들을 모조리 유배보내야 한다는 상소문을
올렸다.
- 정온은 제주도로 유배되어 위리안치를 당했다.
- 익승(瀷承)은 오장(吳長, 1565~1617)이라는 사람의 字다. 오장은 유배 간 정온을 변호하는
상소문을 올렸다. 왕한테 미움을 받는 사람을 변호한다는 건 보통의 각오로는 하기 어려운
일로 목숨을 걸어야 했다. 광해군은 오장 역시 유배를 보내버렸다. 나중에 정온은 살아남았
지만, 오장은 유배지에서 목숨을 잃었고 이 소식을 듣고 정온은 통곡했다.
"내가 그를 죽인 건 아니지만, 나 때문에 그 사람이 죽었구나!"
작품해설
- 목숨을 걸고 자신을 변호했던 친구가 꿈에서 나타났다. "어디서 왔는가' 하고 물으니 친구는
'자네 생각이 났다'고 답한다. 이 그리움은 정온의 것이다.
- 깊은 꿈을 꿀 땐 이 상황이 꿈인 줄 모른다. 오장의 모습은 생시를 '방불'케 할 만큼 '분명'
했다. 정온은 이 두 시어를 통해 꿈을 생시처럼 바꿔놓았다.
- '생각이 평소와 비슷했고, 모습도 옛날처럼 분명했다.' : 오장의 모습을 써 놓은 것이지만
이 안에는 꿈인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이 들어 있기도 하다.
- '잠 깨서 보니 들보 위에 달은 밝다.' : 갑자기 어울리지 않는 구가 등장한 것 같다. 이 구는
당나라 두보의 「몽이백(夢李白, 꿈에서 이백을 만나고)」에 '지는 달은 들보 위에 가득하니,
여전히 그 얼굴을 비춰주는 듯, 落月滿屋梁(낙월만옥량), 猶疑照顔色(유의조안색)에서 따온
것이다. 두보가 이 말을 쓴 이후 '대들보에 비치는 달'은 친구를 그리워하는 뜻을 지닌 말로
쓰이게 되었다.
- 정온은 독자들하나데 자기 뜻을 더 와 닿게 전달하려는 의도로 이 구를 쓴 것이다.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 김재욱 지음. 親·三
왕의 서재.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