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漢詩 1

자전거 - 김득련

花雲(화운) 2018. 1. 19. 16:39


자전거- 김득련

獨行車 『環璆음艸환구음초』



手持機軸足環輪 (수지기축족환륜)   손으로 핸들 잡고 발로는 페달 구르니

飄忽飛過不動塵 (표홀비과부동진)   쏜살같이 내달리며 먼지도 일지 않네.

何必御車勞六轡 (하필어거로육비)   구태여 수레 끌며 여섯 필 말 괴롭히랴.

自行遲速在吾身 (자행지속재오신)   빠른 것도 느린 것도 내 마음대로인데


金得練 (1852~1930)

- 김득련은 조선의 역관(譯官)이었다.

- 1896년 러시아의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참석하게 된 특사 閔泳煥을 따라

   1896년 4월 1일부터 10월 21일까지 약 7개월 동안 러시아, 유럽, 그리고 대서양을

   건너 미국을 다녀온 뒤에 시집 『環璆음艸환구음초』를 남겼다. '환구음초'는 '지구를

   돌고 난 후 쓴 시의 원고'라는 뜻이다.

- 이 시는 러시아의 모스크바에 갔을 때 자전거를 보고 쓴 것이다.


작품해설

- '쏜살같이 내달리는데도 먼지가 일지 않는' : 자전거를 타고 갈 때의 모습을 그려놓은

   것이며 김득련의 눈에 신선함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그들이 본 건

   '구태여 수레 끌며 여섯 필 말 괴롭히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 김득련은 다른 작품을 통해 선진문물이 있는 서구에 비해 낙후된 조선의 사회상을

   염려하는 생각을 드러내었다. 



噴水管(분수관)  『환구음초』


地管高喷十丈瀾 (지관고분십장란)   땅속 대롱에서 열 길 물줄기 뿜어내니

水晶簾掛玉闌干 (수정렴괘옥란간)   수정 발이 마치 옥난간에 걸린 듯하네.

沫汞濺珠飛不絶 (말홍천주비부절)   흩어지는 보석방울 끊임없이 솟아오르니

晴天亦雨夏猶寒 (청천역우하유한)   맑은 하늘에비 내려 한여름이 시원하네.


- '높이 뿜는', '열 길 물줄기' : 분수대를 처음 본 사람의 신기하고 놀라운 느낌을 잘

   전달하고 있다.

- '수정 발이 마치 옥난간에 걸린 듯하네' : 분수대에서 나온 물줄기가 흩어지는 표현은

   무척 아름답게 느껴진다.

- '맑은 하늘에 비 내려 한여름이 시원하네' : 분수대의 물이 시원스럽다는 표현이기도

   하고, 맑은 날인데도 비가 내리니 여름날인데도 마치 겨울 같다며 신기해하는 김득련의

    마음을 드러낸 게  아닐까.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  김재욱 지음. 物·六

  왕의 서재.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