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 김득련
자전거- 김득련
獨行車 『環璆음艸환구음초』
手持機軸足環輪 (수지기축족환륜) 손으로 핸들 잡고 발로는 페달 구르니
飄忽飛過不動塵 (표홀비과부동진) 쏜살같이 내달리며 먼지도 일지 않네.
何必御車勞六轡 (하필어거로육비) 구태여 수레 끌며 여섯 필 말 괴롭히랴.
自行遲速在吾身 (자행지속재오신) 빠른 것도 느린 것도 내 마음대로인데
金得練 (1852~1930)
- 김득련은 조선의 역관(譯官)이었다.
- 1896년 러시아의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참석하게 된 특사 閔泳煥을 따라
1896년 4월 1일부터 10월 21일까지 약 7개월 동안 러시아, 유럽, 그리고 대서양을
건너 미국을 다녀온 뒤에 시집 『環璆음艸환구음초』를 남겼다. '환구음초'는 '지구를
돌고 난 후 쓴 시의 원고'라는 뜻이다.
- 이 시는 러시아의 모스크바에 갔을 때 자전거를 보고 쓴 것이다.
작품해설
- '쏜살같이 내달리는데도 먼지가 일지 않는' : 자전거를 타고 갈 때의 모습을 그려놓은
것이며 김득련의 눈에 신선함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그들이 본 건
'구태여 수레 끌며 여섯 필 말 괴롭히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 김득련은 다른 작품을 통해 선진문물이 있는 서구에 비해 낙후된 조선의 사회상을
염려하는 생각을 드러내었다.
噴水管(분수관) 『환구음초』
地管高喷十丈瀾 (지관고분십장란) 땅속 대롱에서 열 길 물줄기 뿜어내니
水晶簾掛玉闌干 (수정렴괘옥란간) 수정 발이 마치 옥난간에 걸린 듯하네.
沫汞濺珠飛不絶 (말홍천주비부절) 흩어지는 보석방울 끊임없이 솟아오르니
晴天亦雨夏猶寒 (청천역우하유한) 맑은 하늘에비 내려 한여름이 시원하네.
- '높이 뿜는', '열 길 물줄기' : 분수대를 처음 본 사람의 신기하고 놀라운 느낌을 잘
전달하고 있다.
- '수정 발이 마치 옥난간에 걸린 듯하네' : 분수대에서 나온 물줄기가 흩어지는 표현은
무척 아름답게 느껴진다.
- '맑은 하늘에 비 내려 한여름이 시원하네' : 분수대의 물이 시원스럽다는 표현이기도
하고, 맑은 날인데도 비가 내리니 여름날인데도 마치 겨울 같다며 신기해하는 김득련의
마음을 드러낸 게 아닐까.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 김재욱 지음. 物·六
왕의 서재.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