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 진사도
농가- 진사도
田家
鷄鳴人當行 (계명인당행) 닭이 울면 나가야 하고
犬鳴人當歸 (견명인당귀) 개 짖으면 돌아와야 하는데
秋來公事急 (추래고사급) 가을 오자 公事가 급해져서
出處不得時 (불처부득시) 아무 때고 들락날락 한다.
作夜三尺雨 (작야삼척우) 게다가 어제는 비가 석 자나 내려
竈下已生泥 (조하이생니) 부엌 바닥은 이미 진흙탕이다
人言田家樂 (인언전가락) 사람들은 농촌이 즐겁다고 하지만
爾苦人得知 (이고인득지) 이 같은 괴로움을 알기나 할까.
陳師道 (1053~1101)
- 宋의 시인
작품해설
- '當' : '마땅히 ~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이론의 여지 없이 당연하다는 뜻도
있다.
- '닭이 울면 나가야 하고, 개 짖으면 돌아와야 하는'건 변치 않는 농부의 일상이다. '當'을
반복해서 이 점을 반복했다. 아울러 이 구절은 농사꾼은 잠시도 밭을 떠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한다.
- '公事' : 공공의 일이라는 뜻으로 각종 부역을 지칭한다.
- 농사 하나도 벅찬데 부역에까지 동원되어 '아무 때고 들락날락'해야 하니 집안일은 전혀
돌볼 수 없다. '不得時'는 때를 맞추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 진흙탕이 되어 버린 부엌 바닥'은 농민의 삶이 이처럼 형편없다는 것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그림이다.
- 농사를 지어도 세금으로 빼앗기고, 그 와중에 무임금으로 일해야 하는 삶은 '진흙탕'
이라는 표현으로도 다 말할 수 없다.
- 조선의 선비 東谿(동계) 趙龜命(조귀명, 1693~1737)의 글에 이런 말이 나온다.
"경치가 좋은 산촌을 지날 때마다 말을 세워 놓고 그곳을 배회하면서 '이곳에 사는
사람은 그림 속에나 나오는 사람이겠구나'하면서 부러워한다. 그런데 막상 가서
물어보면 스스로 이 경치를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다.
『東谿集』권6. 「題畵帖(제화첩)」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 김재욱 지음. 世·三
왕의 서재.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