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앞에 무성한 버드나무는 - 오광운
뜰 앞에 무성한 버드나무는- 오광운
送靈巖使君鄭來仲 (송영암사군정내중)
肺肺庭前柳 (폐폐정전류) 뜰 앞에 무성한 버드나무는
折之花如雪 (절지화여설) 꺽인 꽃이 눈같이 흰데
朝贈太守別 (조증태수별) 아침에 태수와 이별할 때 선물로 주고
募贈太守別 (모증태수별) 저녁에 태수와 이별할 때 선물로 주네
柳禿已無枝 (유독이무지) 버들은 민둥이 되어 벌써 가지가 없으니
繼以芳蘭折 (계이방란절) 꽃 핀 난초를 꺾어서 버들을 대신하도다
柳枝猶易衰 (유지유역쇠) 버들가지는 오히려 쉽게 쇠하여 시들지만
蘭香竟不滅 (난향경불멸) 낱초의 향기는 끝내 사라지지 않는다네
* 肺肺 : 무성한 모양
* 折枝花 : 꺾은 꽃. 여기서는 이별의 징표로 주는 하얗게 핀 버들가지를 가리킴
* 禿 : 벗어지다. 대머리
* 已 : 이미. 벌써
* 猶 : 오히려. 도리어
* 易 : 금방. 쉽게
- 竟 : 끝내. 끝까지. 마침내
오광운(1689~ 1745)
조선 후기의 문인. 본관은 同福 이며 자는 永伯, 호는 藥山이며, 시호는 忠章이다.
작품해설
- 버들가지로 묶어 놓은 이별의 情恨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사랑하는 벗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노래이다.
- 복잡하고 교조적인 규칙에 얽매이는 경향이 있는 근체시를 마다하고 고체시를 선호했던
시인의 작시 성향 때문인지 이 시에는 근체시가 가지는 복잡하고 어려운 규칙이나
어려운 내용의 用事 같은 것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시는 맑음 그 자체
라고 할 수 있다.
- 首聯은 생명 탄생을 의미하는 봄과 우정의 죽음을 의미하는 이별을 대비시켜 슬픔의
정서와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頷聯은 버들가지를 꺾고 또 꺾어 이별의 정표로 줌으로써 이별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시인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결국 버들가지는 다 꺾여 민둥의 상태가 되고 말았음에도
시인은 벗을 보낼 마음이 전혀 없으며 보내더라도 늘 마음에 두고 싶어 한다.
- 頸聯에는 헤어짐을 우정이 끝나는 이별로 생각하지 않으려는 시인의 정서가 잘 드러나
있다.
- 尾聯은 버들가지의 모자람과 시듦을 난초의 향기로 대체시켜 노래함으로써 시인의
영원한 우정을 나타내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