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6

길 잃은 쇠똥구리

花雲(화운) 2017. 12. 13. 09:06

길 잃은 쇠똥구리

 

 

흙먼지 이는 시골길에

쇠똥구리가 쇠똥을 굴리며 간다

썩은 냄새 풍기는 오물이건만

그들에게는 목숨줄이다

앞다리는 땅을 밀고

뒷다리는 먹이를 밀며

거꾸로 공을 굴리는 모습은

무대 위 곰의 재주를 보는 것 같다

아슬아슬 버거운 짐을 옮기는

그들에게도 크나큰 장벽이 있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그 곤충은

밤하늘의 은하수를 보고 방향을 알게 되는데

먹구름이 끼는 날이면

가야 할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비라도 내려 우주의 불빛이 가로막히면

별들이 땅을 움직이게 하여도

집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한다

 

아주 작은 빛이라도 바라보지 않으면

우리도 길을 잃는다

 

 

2017.12.13

물 하천 해설가 양성교육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