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꿈꾸는 이야기 詩
익으면 뜹니다
花雲(화운)
2017. 12. 13. 08:52
익으면 뜹니다
동지 팥죽에 넣으려고
새알심을 만듭니다
찹쌀가루 반죽에
한 해 동안 거쳐 온 액운 꽁꽁 뭉쳐
동글동글 알사탕을 빚습니다
바글바글 끓는 냄비 속에
살아온 나이 만큼 넣었으나
바닥으로 가라앉는 초조한 마음
맛난 죽이 되려면
붉은 맛이 깊어질 때까지
골고루 저어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면
바닥에 눌어 화독내가 나기 때문입니다
계속 젓고 있으면 팔이 저려 오지만
참고 기다려야 하지요
한 김 푹 퍼지고 나면
구수하게 요동치는 늪 속에서
동동 떠오르는 달달한 추억들
한 개씩 건져 먹다 보면
가슴 속이 따끈하게 달궈집니다
2017.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