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6

물도 자란다 */<물도 자란다> 표제시

花雲(화운) 2017. 12. 8. 12:38

물도 자란다

 

 

낮은 곳이 있으면

돌부리에 긁히며 내려간다

좁은 길을 헤치며 아래로 흐르는 것은

넓고 잔잔한 세상이 있기 때문

 

깃털보다 가벼워지면

무한 허공으로 날아간다

위를 향해 높이 오르는 것은

푸른 마을마다 떠도는 섬들이 있기 때문

 

누군가에게 눈물이 필요할 때

부서져라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는 건

깊고 후미진 곳에 사랑이 부족해서인가

 

마른 땅을 촉촉이 적시고도

찬바람에 쫓겨 발이 시리면

만물이 떨고 있는 겨울 밤

날이 밝을 때까지 

하얀 얼음심지를 돋운다

 

물은 그렇게 마음을 키우나 보다

 

 

2017.12.08

시집 <물도 자란다> 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