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화운) 2017. 10. 5. 16:07

맛있는 약

 

 

몸이 아파서

먹는 약은 쓰기만 합니다

소화가 안 되고

도통 잠을 못자고

무릎도 성치 않아

보행기로 걷는 이웃집 할머니

날이 갈수록

아픈 데가 점점 늘어나서

식사를 마치고 나면

한 주먹씩 약을 먹어야 합니다

온전한 치아도 얼마 없어

꼭꼭 씹지를 못해서인지

음식 맛을 모르겠다

허구헌 날 반찬 투정 하면서도

손에 한가득 쓰디쓴 알약은

하루에 세 번 거르는 일조차 없이

아주 맛있게 잘 드십니다

 

 

2017.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