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화운) 2017. 9. 28. 13:15

망각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으면

아마도 가슴 속은

붉은 피딱지로 굳어져버릴 지도 모른다

쌓여가는 기억들로 막혀버린 혈관들이

몸 속 구석구석 흐르지 못한

선혈을 터트리고야 말 것이다

그러니 참 다행이다

엊그제 겪은 일도

얼마간 지나면 사라져버릴 테니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구원의 한 방편이 되어

어쩌면 알고 당하는 억울함으로

분노에 발목 잡히게 되더라도

시종 괴로워하지 않아도 될 것을

다행으로 여기게 될 지도 모르겠다

 

 

2017.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