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화운) 2017. 2. 25. 19:18

하늘 길

 

 

늦겨울 저무는 하늘에

남쪽으로 날아가는 철새들

맨 앞 꼭짓점을 선두로

양 갈래 줄을 섰다

앞에는 아버지

그 옆에 어머니

그리고 뒤를 따르는 여러 식구들

날개의 힘이 다하도록

앞서거니 뒤서거니

옛 터전 떠나가는 여정은

고달프지만 희망차다

끼룩... 끼룩... 끼룩...

갈증과 허기에

땅으로 곤두박질칠 것만 같아도

어린 것들 뒤쳐질세라

바람을 이고

구름을 지고

새 보금자리 찾아가는

가장의 무거운 하늘 길

 

 

2017.02.25

시집 <엄마는 어땠어요?>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