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화운) 2016. 9. 20. 19:38

밥그릇

 

 

나란히 놓인 밥그릇 앞에

올망졸망 늘어선 강아지들이 부산하다

 

아직은 어려서

남의 그릇을 넘볼 생각은 못하는 듯

제 밥에만 코를 들이박고

남김없이 알뜰하게 핥아먹고 있다

양껏 배부른 놈부터

슬슬 놀 거리를 찾아 자리를 뜨고

생존의 열띤 그림자는 아직 희미하다

 

여러 마리가 함께 살다 보면

성장할 수록 커지는 탐욕과 경쟁

주어지는 몫이 부족할 세라

서로 빼앗고 견제하는 투쟁이 일어난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양보하고 나눌 줄 모르는 그들로서는

만족스런 밥 한 끼

더 많이 담을 수도 없는 한 그릇 때문에

끝내는 인정사정 없이 물고 뜯질 않는가

 

 

2016.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