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물詩의 집에서/김혜숙

花雲(화운) 2015. 7. 9. 09:30


물詩의 집에서/ 김혜숙

 

 

 아르노 강을 가로 지르는 몬테베키오

베아트리체를 기다리며 수없이 서성이던 곳

그 다리 초입에 거푸집을 지었다

허공의 집

바람의 집

나는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을 잃었다

길은 길 따라 끝이 없고

따라오는 길을 자꾸만 지우는 안개

저 다리를 건너면 네게 닿을 수 있을까

강물이 강을 버려 바다에 닿듯

나는 무엇을 버려 너를 만날까

바람이 몸을 풀어 강물을 깨우고

수초가 흔들리다 달의 그림자로 눕는 곳

연잎의 물방울이 흘러  물알을 깨고

물의 신들이 춤을 추는 곳

이곳에서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신곡 한 편 얻을 수 있다면

휑한 거푸집에 남아 스러져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