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6
고추 장아찌/ 1
花雲(화운)
2015. 2. 19. 07:29
고추 장아찌
엄마!
어렸을 때부터 매운 걸 잘 못먹었잖아요
땀방울 어리는 햇볕 아래
빤질빤질 약이 오른 풋고추를
묵은 된장 찍어먹는 맛으로 여름 난다지만
혀끝 타들어 가는 통증에
얼얼해진 입안이 진정될 때까지는
아프고 쓰라린 시간을 견뎌야만 했어요
먹고 사는 일이란
끼니마다 맛깔 나는 게 아니더군요
아침에는 짰다가
저녁에는 싱겁다가
잊을 수 없는 엄마의 손맛을 떠올려보지만
오래 전에 떠나온 어린 시절의 기억만 곱씹다
마른 눈꺼풀 비비면서
목 넘기기 깔깔한 밥상을 차려야 했어요
그런데 엄마!
이제는 맵고 아리기만 했던 지난 일들을
간장, 설탕, 식초에 푹 삭혀두었다가
짭짤한 눈물과
달달한 웃음과
새콤한 기쁨 한 젓가락
구수한 보리밥 위에 선뜻 얹어
잃어버린 입맛도 찾을 수 있게 되었어요
2015.02.18
시집 <엄마는 어땠어요?>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