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6
벽난로 앞에서
花雲(화운)
2014. 12. 22. 09:30
벽난로 앞에서
너울거리는 불꽃이 사그라지면
새로운 장작을 넣는다
허옇게 삭아버린 잿더미 속에서는
스러진 불씨를 되살리기 쉽지 않아
달궈진 숯덩이의 열기가 가라앉기 전
마른 나무 토막을 새로 얹는다
현란한 불길이 일렁일 때마다
참나무가 뿜어내는 은근한 내음새
토막 난 나무는 향기로운 제물이 되어
서서히 냉랭해진 공기를 데워나간다
서로 가까이 있지 않으면
화끈한 열꽃을 일으킬 수 없어
몸에 몸을 바짝 붙여 포개고
온기를 돋우어 붉은 춤을 추는데
쓸쓸한 날들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을
애태우지 않고 보고만 있을 것인가
검게 뭉쳐버린 속내를 더듬어
잔상으로 흩어진 열망을 찾아 구슬을 꿰듯
순간순간 소멸하는 시간들을 조바심하며
오늘도 꽃 같은 하루를 사심 없이 태운다
2014.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