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6

만장(挽章)/<물도 자란다>

花雲(화운) 2014. 11. 15. 13:59

 

 

만장(挽章) 

 

 

해묵은 감나무 가지 끝에

갈기갈기 찢겨진 홍시가

초겨울 메마른 바람에 떨고 있다

 

홍조로 터질 것 같았던 미소는

무서리에 쫓겨 떠나버린 지 오래

누구의 울음인지

끈적끈적 흘러내린 오열이

풀 먹은 창호지처럼 굳어져간다

 

초롱초롱 보석 같았던

결실들은 어디로 갔는지

차곡차곡 꿈꾸는 대로 피어나던

잎새들은 이미 땅에 누워 있고

일찍이 둥지를 떠났던

새들만이 돌아와 조문을 하는데

 

남은 살점, 몇 점

살아있는 그들에게 마저 주려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에

붉은 깃발로 나부끼고 있다

 

 

2014.11.15

시집 <물도 자란다>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