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산책로/詩映山房 이야기

꿈의 집에서의 첫날 밤

花雲(화운) 2013. 2. 6. 04:16

  

 

2월 5일

전기, 보일러, 가스, 수도, 보안 장치가 설치되고

주방가구가 갖추어졌으므로 꿈에 집에서 살 준비가 거의 다 되었다.

아직 외부 토목, 조경이 다 되진 않았지만 준공을 위해서 기본적인

식재를 해야 해서 영산홍 등 나무도 수백 주를 준비하고

2,3일이면 외부공사도 끝난다고 한다.

준공 끝나고 나서 주위 경사진 밭은 손을 좀 보아야 할 것 같다.

지난 번에는 외부 숙소에서 잠을 잤는데

이번에는 잠자는데 불편함 없이 기본 시설이 되어 있기에

원래 준공이 나기 전에는 숙박을 할 수 없다 하는데

집 두고 나가서 잘 수 없어서 살짝 하룻밤 묵기로 했다.

현장팀 박이사님과 토목조경팀 정사장님이 환담을 나누다 돌아간 후

2층 침실 바닥을 대충 닦아 잠자리를 마련했다.

아직 커튼을 달지 않아서 외부에서 방이 들여다 보이는 것이

심리적으로 불안했지만 실내 불을 다 끄고 나니 한밤중의 산속 풍경이 환상 그 자체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 산자락에 쌓인 눈이 일찌기 볼 수 없던 풍경인지라

봐도봐도 마음이 벅차 깜깜한 방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창밖의 별을 보았다.

잠자리가 바뀌어선지, 아님 가슴이 벅차서 그런지 쉽게 잠이 오질 않는다.

잠간 눈을 부쳤는가 싶으면 또 깨어서 뒤척이고, 뒤척이다가 다시 선잠 들고...

그러다가 새벽 5시쯤 눈이 떠졌을 때, 어스름 하늘에 떠서 방 안을 들여다 보는 그믐 가까운 달,

옆에서 딸이 자고 있었지만 터져나오는 탄성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내 생애에 꿈의 집이 허락된 것을 감사하면서

그 집을 위해 들여진 수고와 정성, 모든 손길과 마음에 하늘의 축복이 내리길 간절히 기도했다.

언젠가 남편이 새로 이사간 아파트에서 새벽에 잠 깨어 창밖을 보면서

설레어 다시 잠들 수 없었노라는 말이 생각나 이른 아침부터 공사하러 온 중장비소리가

지축을 흔들 때까지 몇 시간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살그머니 서재를 들여다 보고, 계단을 내려가 공연히 1층 욕실 불도 켜보고,

주방에 가서 싱크대 앞을 서성이다가, 거실 창 가에 서서 

먼 동이 트는 걸 지켜보며 뛰는 가슴을 붙잡고 있어야 했다.

꿈의 집에서의 첫 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흙과 나무와 바람과 새들과 빨리 친해져야지.

풀꽃 식구들을 늘려가며 욕심부리지 말고 겸손히

자연에게 신세지며 소박하게 살아갈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