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5

늙은 해바라기

花雲(화운) 2012. 12. 2. 10:11

 

늙은 해바라기

 

 

언제나 지지 않는 태양이 있어

한껏 고개를 젖혀 올려다본다

시골집 안방 문 틀 위에

줄줄이 걸려있는 빛바랜 사진들

검은 사각모를 쓴 의젓한 모습 밑에

쌍쌍이 결혼예복차림으로 웃고 서있다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자랑스러운 얼굴들

눈뜨면 품 떠난 자식들 걱정에

날마다 대답 없는 벽 앞에 서서 

잘 살아라, 부디 행복해라

쇠잔해지는 기력 돋우어 안부를 외친다

어쩌다 들려주는 목소리에 미어지는 가슴

이제나저제나 소식 오길 기다리느라

가늘어진 목이 뒤로 휘어질 때면

가까이 마주보고 있는 그림 뿌옇게 흐려질까

마디마디 일그러진 손으로 자꾸 눈을 문지른다

 

 

2012.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