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5

나무와 정원사/ 1

花雲(화운) 2012. 11. 5. 01:01

나무와 정원사

 

 

나무야!

남편이 나긋이 아내를 부른다

 

항상 그 자리에 있으면서

철따라 고운 잎 드리우라 하고

마른 날 불벼락 떨어지거나

청청한 오후 소낙비 쏟아지더라도

미소 지어야 하고 울음을 참아야 한다

어지러운 일상에 지쳐 비틀거려도

거친 세파에 쉬이 꺾이지 않기를 바란다

목마를 때마다 다디단 열매를 기대하며

언제라도 늘 푸른 그늘에서

편히 쉬고 싶어 하는 욕심꾸러기 정원사

 

그 앞에서 나무는

하루를 천년같이

어질고 지혜로운 수행자로 서있어야 한다

 

 

2012.11.05

시집 <엄마는 어땠어요?>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