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헤어진다는 것은 / 조병화
花雲(화운)
2012. 11. 2. 07:40
헤어진다는 것은 / 조병화 (1921 ~ 2003 경기도 안성)
맑아지는 감정의 물가에 손을 담그고
이슬이 사라지듯이
거치러운 내 감정이 내 속으로
깊이 사라지길 기다렸습니다.
헤어진다는 것은 영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나도 나하고 헤어질 이 시간에.
해와 달이 돌다 밤이 내리면
목에 가을 옷을 말고
-이젠 서로 사랑만 가지곤 견디지 못합니다
-그리워서 못 일어서는 서로의 자리올시다.
슬픈 기억들에 젖는 사람들.
별 아래 밤이 내리고 네온이 내리고
사무쳐서 모이다 진 자리에 마음이올시다.
헤어진다는 것은 영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나도 나하고 헤어질 이 시간에.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으로 등단 194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