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화운) 2012. 10. 31. 04:50

 

산화(散華)

 

 

시골집 마당 한켠에 무더기로 쌓여

아궁이에 불살라질 날을 기다린다

 

베어지고 토막토막 잘려

머금고 있던 숨결마저 다 뱉어야만

갈 수 있는 길

 

땡볕에 그을리고

바람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최후의 시간 속으로 떠밀려간다

 

살아왔던 발자취 점점 오그라들고

차곡차곡 쌓인 기억들 

연기처럼 날아가 버려도

 

한 生의 끝이

활활 타오르는 불꽃일 수 있다면

타다가 검은 숯덩이로 남을망정

후회 없이 온몸 던져 뜨겁게 사를 일이다

 

 

2012.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