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화운) 2012. 9. 11. 04:03

 

 

덩굴

 

 

혼자서는 오를 수 없어

누구라도 붙잡아야 했어요

타고 올라갈 기둥이 없으면

땅바닥에 나동그라져 기어야 하기에

사방팔방 한껏 팔을 뻗어보았지요

어쩌다 내 손에 감겨온 당신

죽을 때까지 껴안고 가야겠어요

당신이 돌면 나도 따라서 돌고

밑에서 받쳐주면 위로 올라가고

그렇게 어우렁더우렁 안고 뒹굴어요

갈바람 스치면 끝나는 세상

꽃 피우고 열매 맺어

마른 가지로 삭아버리고 나면

저 푸른 하늘만 더 높아지겠지요

 

 

2012.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