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童詩
때 벗기기
花雲(화운)
2012. 8. 16. 05:33
때 벗기기
가뭄 끝에 소나기 내리자
가로수들이 더 푸르러지고 키가 자랐다
키만 자란 게 아니라 나무둥치도 굵어졌다
몸뚱이 색깔이 더 짙어지니
군데군데 겉껍질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리저리 새겨 넣은 얼룩무늬가
조각조각 떨어져나가자 뽀얗게 돋보이는 새살
그렇게 한차례씩 비를 맞고 나면
키가 크고 몸도 굵어져 간다
목욕탕에서 묵은 때 벗기고 나오면
보드라운 새 피부가 되는 것처럼……
2012.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