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고향 앞에서 / 오장환
花雲(화운)
2012. 8. 14. 08:41
고향 앞에서 / 오장환 (1918 ~ 1951 충북 보은)
흙이 풀리는 내음새
강바람은
산짐승의 우는 소릴 불러
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먹울먹 떠내려간다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듯하리라.
고향 가차운 주막에 들러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 하랴.
양귀비 끓여다 놓고
주인집 늙은이는 공연히 눈물 지운다.
간간이 잰나비 우는 살기슭에는
아직도 무덤 속에 조상이 잠자고
설레는 바람이 가랑잎을 휩쓸어 간다.
예제로 떠도는 장꾼들이여!
상고[商賈]하며 오가는 길에
혹여나 보셨나이까.
전나무 우거진 마을
집집마다 누룩을 디디는 소리,
누룩이 뜨는 내음새……
[헌문사 ‘나 사는 곳’ 194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