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에피소드 / 조 향

花雲(화운) 2012. 7. 31. 09:14

 

에피소드 / 조 향 (1917 ~ 1984 경남 사천)

 


열 오른 눈초리, 하잔한 입모습으로 소년은 가만히 총을 겨누었다.

소녀의 손바닥이 나비처럼 총 끝에 와서 사뿐 앉는다.

이윽고 총 끝에선 파아란 연기가 물씬 올랐다.

뚫린 손바닥의 구멍으로 소녀는 바다를 내다보았다.

 

-아이! 어쩜 바다가 이렇게 똥구랗니?

 

놀란 갈매기들은 황토 산태바기에다 연달아 머릴 쳐박곤

하얗게 화석이 되어갔다.

 


[열음사 ‘조 향전집’1-시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