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화운) 2012. 7. 21. 05:33


/ 박목월 [1916 ~ 1978 경북 경주]

 


이쯤에서 그만 하직하고 싶다.

좀 여유가 있는 지금, 양손을 들고

나머지 허락 받은 것을 돌려 보냈으면.

여유 있는 하직은

얼마나 아름다우랴.

한 포기 난을 기르듯

애석하게 버린 것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가지를 뻗고,

그리고 그 섭섭한 뜻이

스스로 꽃망울을 이루어

아아

먼 곳에서 그윽히 향기를

머금고 싶다.

 


[신구문화사 ‘난. 기타’ 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