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5
꽃양귀비/<물도 자란다>
花雲(화운)
2012. 6. 20. 03:53

꽃양귀비
꽃망울이 맺힐 때만해도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했다
햇빛 눈부셔 목마른 유월
겉잎사귀 타 들어가는 한낮인데도
나비들의 숨 가쁜 날갯짓에 이끌려
부풀어가는 풋사랑 고개를 쳐든다
솜털 보송한 목덜미에
더운 입김 감겨오자
그만 보드라운 속곳 들치며
금세 야들야들해지는 꽃송이
벌 나비떼 품안으로 파고들어
흐드러진 춤추자고 간청하니
어쩜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얇은 갑사치마 한 겹씩 벗어내고 있다
2012.06.18
시집 <물도 자란다>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