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기울기로 하자 / 한병준

花雲(화운) 2012. 5. 28. 08:02


기울기로 하자/ 한병준

 


내 방 창문 너머로

오후의 환한 얼굴이 기울었으니

 

서재 탁자 위 물끄러미 놓인 찻잔이

그 침묵이, 향기 따라 김 따라 기울었으니

우리 그리운 쪽으로 기울자

 

하늘에 밑줄 긋고 지나는 비행기는 또 어디로 기우는지

 

흙에서 발을 떼고 싶었을 고향 어귀 나무야

어둠으로 깊어지던 초승달아

제 맘을 조금 밖에 보여 주지 않던 누이야

귀 맑아 수런거리던 들판아

누렇게 익어 기울던 날들아

 

서로 발자국 쫓아다니며 풀물 들어 기울자

우리 생에 그 환한 얼굴로

 


* 경기 화성 출생. 2004년 [현대시문학]으로 등단

  hbj233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