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산까마귀 울음소리 / 김현승

花雲(화운) 2012. 5. 22. 05:41


산까마귀 울음소리 / 김현승 [1913 ~ 1975 전남 광주]

 


아무리 아름답게 지저귀어도

아무리 구슬프게 울어 예어도

아침에서 저녁까지

모든 소리는 소리로만 끝나는데

 

겨울 까마귀 찬 하늘에

너만은 말하며 울고 간다!

 

목에서 맺다

살에서 터지다

뼈에서 우려낸 말, 중에서도

내가 남은 말소리로

울고 간다.

 

저녁 하늘이 다 타버려도

내 사랑 하나 남김없이

너에게 고하지 못한

내 뼛속의 언어로 너는 울고 간다

 


[시인사 ‘김현승전집’ 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