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4

숲/<물도 자란다>

花雲(화운) 2011. 11. 11. 06:57

 

 

 

                                                                                        <백담사 가는 길>

 

 

 

 

모두가 똑같은 옷을 입고 있으면

누가 누군지 잘 보이지 않는다

유니폼을 입은 듯 끼리끼리 비슷해서

가까이 다가가야만 확인할 수 있기에

함께 모여 있는 그들을 무리라고 부른다

 

이런저런 나무들이 울창한 숲

모두 한가지로 푸르게만 보이지만

바람과 태양의 발자취 따라

서서히 선명해지는 계절이 온다

 

멀리서도 쉽게 구분되는 빛깔

갈색, 혹은 노랑, 주황……

꽃잎처럼 투명한 진홍색도 있는데

 

우르르 몰려가는 여학생들의

생기발랄한 모습에도 각기 다른 취향으로

긴 머리, 짧은 치마, 검은 스타킹, 하얀 운동화

한껏 차별화된 차림들이 산뜻하고 어여쁘다

 

그렇듯 여럿이면서 각각이고

각각이어도 한데 어우러져

믿고 기대어 사는 삶이 그러하듯

서로 보듬고 바라보며 살아가는 우리

더 멀리 떨어질 수 없어 우거진 숲이 된다

 

 

2011.11.02

시집 <물도 자란다>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