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병적 계절 / 이상화

花雲(화운) 2011. 9. 14. 06:21

 

병적 계절 / 이상화 [1901~1943 대구]

 


기러기 제비가 서로 엇갈림이 보기에 이리 섧은가,

귀뚜리 떨어진 나뭇잎을 부여잡고 긴 밤을 새네.

가을은 애달픈 목숨이 나뉘어질까 울 시절인가 보다.

 

가 없는 생각 짬 모를 꿈이 그만 하나 둘 잦아지려는가,

홀아비 같이 헤매는 바람떼가 한 배 가득 굽이치네.

가을은 구슬픈 마음이 앓다 못해 날뛸 시절인가 보다.

 

하늘을 보아라 야윈 구름이 떠돌아다니네.

땅 위를 보아라 젊은 조선이 떠돌아다니네.

 

 

[‘조선지광’ 61 192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