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기억하지 않네/ 장영희

花雲(화운) 2011. 7. 27. 03:56


기억하지 않네/ 장영희

 


우주 담은 해맑은 얼굴 초록으로 씻은 이파리

입 안 가득 퍼지는 향기 흐믓하게 즐기면서도

새벽이슬 견디고 찬바람 맞으며 땅기운 퍼 올린

쑥갓의 고통과 인내 기억하지 않네.

 

허락 없이 마구 긁어모은 꿀벌의 일용할 양식

단 꿀물로 혀의 쾌락 누리면서도

뜨겁게 담금질한 수천수만 날갯짓

꿀벌의 노고와 겨울의 배고픔 기억하지 않네.

 

손톱 밑에 박힌 작은 가시 하나도 참지 못하고

오만상을 찌푸리고 고통을 외치면서도

그해 겨울 내내 사월의 목련 지듯 떨어진

소의 착한 눈망울과 너그러움 기억하지 않네.

 


* 1996년 [시와 시론]으로 등단. 시집으로 '화단 가에서'

   '그물에 걸린 고기' 저서로 '엘리트 문학'이 있음.

   jangy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