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명시선집 1

오다가다 / 김 억

花雲(화운) 2011. 7. 26. 09:10

 

오다가다 / 김 억 [1896~ 전쟁시 납북]

 


오다가다 길에서

만난 이라고,

그저 보고 그대로

예고 말 건가.

산에는 청청

풀 잎사귀 푸르고

해수는 중중,

흰 거품 밀려든다.

산새는 리리

제 흥을 노래하고

바다엔 흰 돛

옛길을 찾노란다.

자다 깨다 꿈에서

만난 이라고

그만 잊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십 리 포구 산 넘어

그대 사는 곳,

송이송이 살구꽃

바람에 논다.

수로천리 먼 길을

왜 온 줄 아나?

옛날 놀던 그대를

못 잊어 왔네.

 

 

[한성도서 ‘안서시집’ 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