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스승의 詩
비/ 임보
花雲(화운)
2011. 5. 18. 09:02
비/ 임보
내가 저 세상에 돌아가 설 때
무엇이 제일 아름다웠냐고 물으면
꽃이었다고 대답하리라
그 다음
무엇이 가장 황홀했느냐고 물으면
여인이었다고 대답하리라
그리고 또
무엇이 가장 소중했느냐고 물으면
비라고 말하리라
오랜 가믐으로
대지의 등짝은 부르터 갈라지고
강물도 그 내장을 다 드러내고 누울 때
산천초목들 모두 누렇게 사그라 들고
금수어충(禽獸魚蟲)들 떼로 죽어갈 때
대지를 적사는 한 줄기 비
그 생명수--비라고 말하리라
그 비가 무어냐고 다시 물으면
당신의 손이요
당신의 소망이요
당신의 사랑이라고
그렇게 대답하리라.
[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는가]에 수록- 영언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