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봄나무에서는 비누냄새가 난다/ 유정임

花雲(화운) 2011. 4. 14. 00:54


봄나무에서는 비누냄새가 난다/ 유정임

 

 

상수리나무 곁을 지나

백양나무 곁을 지나

굴참나무 곁을 지난다

문득

풋오이 향의

비누냄새가 난다

겨우내 상한 속 다 씻어내고

막 마른수건질 끝내고 서 있는 걸까

밖으로 향한 눈들이 환하다

눈 속에 파란 길들이 있다

길 앞에 노란 꽃등을

촘촘히 거어놓은 산수유나무, 생강나무,

그리고 팥꽃나무, 진달래

몇천 번 물經으로 속을 닦아내면

죽었던 몸에

저리 환한 길이 나는가

 

돼새 한마리

그 속에서 목욕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