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구로동 가을/ 정이윤

花雲(화운) 2010. 11. 26. 22:24


구로동 가을/ 정이윤

 


햇빛 몇 점 머물다 가는

시장 한 모서리

좌판 벌여 논

늙수그레한 아낙은

오후 세시 늦은 점심이다

 

푸성귀 너불대는 밥

고추장 쓱쓱 비벼

맛일랑 잊은 지 긴 시간

그저

허기진 입안에만 정신없다

 

펼쳐놓은 비닐봉지엔

가지런히 누운 비름 나물

한낮 지나온 상치 쑥갓이

무심한 가을 눈들에 시든다

 

식은 밥덩이 한 양푼은

허기와 좀체 좁혀지지 않아

아낙의 수저가 양푼 속에서 허둥대고

 

동동거리며 돌아서는

내 빈 위장과

근질거리는 삶의 공복이

눈 마주친 저 밥을

자꾸만 긁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