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詩/화운의 詩 3

무너지는 인격

花雲(화운) 2010. 11. 22. 21:56

 무너지는 인격

 

 

퇴근길 버스를 기다리기 위하여

길게 서 있는 줄이 뱀처럼 늘어서 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버스 때문에

사람들은 서서히 조바심을 내고

지루한 듯 담배를 입에 무는가 하면

어디론가 전화를 하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다

늘어선 줄의 끝이 보이지 않을 때쯤

드디어 길모퉁이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버스

정류장으로 들어와 문을 열려고 하자

갑자기 길다란 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정렬해있던 순서를 무너뜨리고

서로 먼저 타려고 달려가 매달리는 아우성이라니

맙소사!

수십 분을 점잖게 잘 기다려 놓고

한 순간에 질서고 뭐고 뭉개버리는 순간

저들은 스스로의 인격과 양심을 무참히 짓밟고 있었다

하루하루 숨 가쁘게 발전하는 선진문명이

순식간에 좌초해버리는 순간이었다

 

 

2010.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