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雲의 배움터/詩와의 동행

사금파리/ 오남희

花雲(화운) 2010. 10. 31. 09:46

 

사금파리 / 오남희

                                                      (2010,11월호 게재)

 

매화꽃 같은 어머니 손 끝에서

반질반질 윤기 흐르던 얼굴들

배부른 항아리 안에선 행복에 부푼 꿈들이

햇살로 익어갔지.

채송화 맨드라미 키 재기하며

색색의 꽃망울들 웃음짓던 장독대

십이지간 길일에 메주를 품고

숯과 고추로 금줄을 달아 바람의 맛도 익혔지

청자 항아리보다 더 사랑받던 세월

별 우려진 간장 항아리엔

밤빛이 배어 흐르고

어머니의 양수가 은하수로 흘렀지

달 같던 묵사발에 하늘 떠 놓고

치성을 드리시던 어머니

끝내 별님따라 떠나시고

주인 잃은 항아리들 빈 가슴엔 찬 바람만 일더니

그리움에 금간 상처들

상실의 무게로 깨어진 꿈들은

서슬퍼런 비수로남아

어머니 옷자락 흘러내린 달빛을 견디지 못해

밤마다 제 살을 찔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