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온천탕
홀딱 벗은 여자들이 대낮 알몸시위를 한다
어린아이부터 노파에 이르기까지
일상에 절은 허물을 한 꺼풀씩 벗어던지고
수증기 자욱한 분화구 속으로 속살을 들이민다
뜨끈한 온천탕 안에 들어앉아 있을 땐
남들이 본다 해서 낯붉힐 일도 없다
땀구멍 속속들이 익어갈 때 쯤
부러울 것 없는 세상의 임자라도 된 듯
팔다리 있는 대로 늘어뜨리고
대리석 광장을 활보할 용기도 생긴다
고무타이어 하나씩 허리에 둘러차고
바람 빠진 풍선 양 가슴에 매달고
처진 오리궁뎅이 뒤뚱거리지만
주름살 붉게 물든 얼굴은 갓 피어난 꽃이다
줄줄이 밀려 나가는 묵은 때를 보랴
피멍이 들도록 살갗을 밀어 봐도 시원찮을 때가 있다
뒤늦게 일어나는 쓰라림이 눈물처럼 아리기도 한다
벗어버리고
밀어버리고
씻어버리고
감추고 싶었던 오욕까지 유황온천에 삶아버리듯
공공연한 시위를 하는 동안은 아무 거리낌 없이
온갖 시름과 푸념의 각질을 벗겨내는 대 행사다
2015.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