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닫힐 때
우두두두 두두두
굳게 닫힌 창문을 흔드는
바람소리가 내내 심란하다
동장군이 들이닥치기 전에
김장도 해야 하고
장작도 패야 하고
어린 나무도 싸매주어야 하는데
누가 반긴다고 벌써부터 거친 입김이랴
추적추적 찬비에 발이 젖으니
뻣뻣해지는 손가락 마디마다 저려 온다
지난겨울 채우다 남은
숯덩이로 불이라도 지피면
움츠러드는 어깨를 펼 수 있으려나
골짜기에 어리는 저녁 안개가
슬금슬금 산등성이로 물러가자
빛바랜 나뭇잎 구르는
고갯길로 푸석해진 가을이 부서져 간다
2014.11.30